Technical Writing
테크니컬 라이팅 , Technical Writing
내가 가진 직업은 엔지니어와 개발자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곤 한다. 그러면 개발자 입장에서 쓰여지고 표현된 글을 고급 사용자인 엔지니어가 이해할 수 있게끔 번역하는 일을 한다. 우연찮게 본사에서 진행하는 테크니컬 라이팅 교육을 수강하였다. 그 교육을 진행하시는 분은 테크니컬 라이팅계의 초기 pioneer 로 근 15년 이상 그쪽에서 일을 하신 분이었다. 테크니컬 라이팅부터 제품을 안내하는 문구, 동작을 경고하는 문구등 다양한 글의 쓰기 방법을 교육받았다.
사실 뒷통수를 한대 크게 맞은 느낌이었다. 누가 보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글들에도 이 사람들의 피와 땀이 녹아있었다. 나중에 생각한건데 이런 문구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예를 들면 카카오톡. 글을 쓰는 시점에 최신 공지사항을 봐보자
수박 먹으면서 쓰는 8.9.1 버전 업데이트 안내
# 책갈피 추가된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라주라!
300+가 되어버린 채팅방
하나하나 스크롤 내리며 읽는 중 도착한 새로운 메시지
이방 메시지도 읽고 싶고,
저방 메시지도 읽고 싶어 곤란했던 적 많으셨죠
이제는 문제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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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더운 여름에 먹는 시원한 수박, 설탕 뿌린 토마토보다
여러분이 좋은 @카카오팀 드림
수박먹으면서 이 글을 쓰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카카오톡 담당자도 수박먹으면서 글을 쓰고 있었나부다. 유행하는 문구를 따라가되 예의없지 않고 사용자의 불편함에 공감하면서 기능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인용한 공지사항은 카카오톡 iOS 모바일 공지사항인데 아니나 다를까 카카오톡 Windows 버전 공지사항도 너무 귀엽다. 아래에서 같이 보자.
카카오톡 사용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매 여름 어김없이 찾게 되는 수박처럼, 어김없이 찾게 되는
PC톡 3.1.4 버전의 주요 업데이트 내용을 소개합니다. ▽
◼︎ 이제는 만들 수 있G있G! 나만의 캘린더!
(중략)
앗! 그리고 이건 공지를 보 고있는 사용자분들께만 드리는 꿀팁인데요
이제는 메인 창에서 Ctrl+D 만 누르면 바로 캘린더를 열 수 있어요!
더더x811 쉽게 캘린더 이용해 보세요!
새로운 소식이 있을 때마다
사용자 여러분께
더 빨리 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더보기탭 내 새로운 공간을 추가해봤어요~
언제 어떤 소식이 올라올지 모르니 자주자주 봐주세요!
찾아온 여름에 매일매일 수박 주스를 입에 달고 사는 @카카오팀 드림
같은 담당자인지 모르겠는데 여기도 수박을 먹고 있었나부다. 담당자도 어지간히 수박을 좋아하네. 한번 수박회담해보고 싶다. 아 근데 지금 샛길로 빠져서 카카오톡 공지사항 찬양을 하게 되었는데 결론은 이렇게 쓰기가 힘들다는거다. 물론 비판할 점이 없다고 생각은 안한다. 예를 들면 카카오톡 iOS 공지사항은 살짝 어른들에 대한 대비가 안 되어있는 것 같다. 공지사항 읽는 주 타겟이 젊은이들인 듯한 느낌. 즉 완벽한 글쓰기는 있을 수 없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는 없다. 그저 내가 생각한 최선이 그 길이다 믿고 가야지
무튼 카카오에도 내가 봐선 테크니컬 라이팅 부서가 있을 것 같다. 아직 부서 체계를 검색해본 것은 아니라서 추측이지만. 개발자가 개발한 기능을 사용자가 읽기 쉽게 소개한다? 단순히 기획에서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나는 엄연히 세분화시켜서 테크니컬 라이터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큰 회사가 아닌 이상 업무 세분화가 되겠는가. LIN*, Nave*, Kaka* 정도나 되야지 이런 부서가 있을 수 있지.
그래서 우리 회사는 없고 그걸 내가 얼추 맞고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게 아니라 사실 너무 재밌어서 이렇게 밑밥을 깐거다. 글쓰는게 너무 재밌다. 어떻게 하면 내 머릿속에 있는 이 지식들을 이들에게 알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게 재밌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기술 문서를 적어내려가면서 고민한 거리들을 이 카테고리에 적고자 한다.
읽으신 분들은 느낄지 모르겠지만 나는 초석부터 아주 단단하게 다지고 쌓아올리려고 하기때문에 누가보면 거추장스럽기도 하다. 특히 우리 팀장님. 하지만 이것도 잘못된 접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글을 적어 내려가다보면 간결하고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겠지. 이런 고민 거리들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공존하려 한다.